천일여행 1100일째, 2018년 6월 24일(일) 애틀랜타/맑음
나는 골프가 매우 신사적인 운동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골프 Rule Book의 첫 줄은 ‘항상 상대방을 배려하라.’는
즉, 매너를 지키라는 것으로 시작한다.
해서 골프를 아무리 오래하고 잘 쳐도 매너가 나쁘면 기피의 대상이고
골프를 처음 배우는 사람은 매너부터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이렇게 시작하는 이유는 오늘 골프를 하면서 나와 Eric Lim, Harrison Park에
Ho D Lee라는 이름을 가진 Korean과 함께 걸었다.
어찌하다보니 Pines #1홀에서 내가 첫 티 샷으로 시작하게 되었는데
티 샷을 준비하는데 계속 골프가방의 지퍼를 열었다 닫았다 하는 소리가 들렸다.
Address를 풀고 다시 하려고 했지만 너무 예민하게 구는 것 같아 그냥 샷을 했는데
다운스윙을 시작했는데 또 찌익~ 하는 지퍼소리가 나서 정신을 흐트러뜨렸다.
그리 나쁘진 않았지만 멈칫하며 샷 항 볼은 겨우 Creek을 넘어갔을 정도였다.
‘에궁~ 오늘 신경 좀 쓰이겠군.“
1번 홀 그린,
내 퍼팅차례가 되어 Address를 하는데 홀 건너편 쪽에서 이리저리 움직임이 보여
손짓을 하면서 “오른쪽으로 조금만 비켜 주실래요?”
“네, 죄송합니다.”
그립을 교체한 퍼터로 처음 퍼팅하는 데 마음을 빼앗겨 그런지 턱없이 짧았다.
다행이 보기로 마무리하였지만 또 생각을 했다.
‘오늘 정말 거슬리겠구나.’
2번 홀 티 박스,
네 사람 모두가 보기를 하여 여전히 내가 Owner,
드라이버 티 샷을 하려고 Address를 마쳤는데 또 찌익~ 하는 지퍼를 여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보니 오늘 처음 나온 Ho D Lee가 가방에서 뭘 찾는 듯 지퍼를 여닫는다.
Address를 풀고 그 쪽을 바라보며 기다리자 박 사장이 그에게 뭐라 한 마디 한자,
나를 바라보며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하기에 그냥 미소로 답하고 다시 Address & Shot.
모두 티 샷을 마치고 페어웨이 쪽으로 걸어가며 그가 다가오기를 내심 기다렸다.
통상적으로 그 정도면 다가와서 미안하다는 한 마디 정도 할 만한데 그러질 않는다.
예민하게 구는 내가 너무 무서워서 그런가, 아님 상대하기 싫어 그런가?
이후론 상당히 조심하는 듯하여 다른 불편함은 거의 없었지만 전화기를 수시로 만지작거리며
뒤로 처지는 일이 잦아 진행속도를 지연시키니 Eric이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하였다.
오늘 넷이 플레이를 하는데 4시간 30분을 훌쩍 넘겼는데
넷이 걸었고 더운 날씨 탓도 있지만 그가 늦어 그런 것이 많은 영향을 준 게 분명하다.
Eric은 오늘도 첫 홀을 시작할 때 Match를 하자는 도발을 하였는데
뜻대로 되지 않는 데다 속도까지 늦으니 뒤로 갈수록 신경질적인 반응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
그러다 17 번 홀을 마쳤을 때 내가 2up으로 Match를 끝냈다.
아해는 오늘 토너먼트에 참가하여 2등으로 마쳐 트로피와 메달을 받았단다.
18홀 동안 거의 모든 홀을 3퍼팅을 하면서 점수를 까먹은 데다
1등을 한 여자가 Stroke을 속이거나 알까지 하는 데에도 2등을 해 냈다니 대단하다.
12번 홀을 마치고 다음으로 옮기는 중에 아해로부터 메시지를 받고는 괜스레 내 어깨가 우쭐,
남은 여섯 홀을 기분 좋게 플레이를 하면서 Eric 당겼다 놓아 주는 등 밀당을 하며 마쳤다.
골프시작 3년 만에 트로피와 메달을 받은 아해, 참 잘 했어요...
오징어를 볶고 우렁된장찌개를 데워 무생채와 함께 저녁을 먹고는 힘을 썼다.
거실의 책꽂이에 있는 책들을 정리하곤 거실에 사용할 테이블을 주문하였다.
지난 번 아해가 왔을 때 조그만 식탁을 치우고 긴 테이블을 놓는 게 좋겠다는 의견에
주문하여 토요일에 받을 예정이고 설치가 끝나면 7월 중에 Granite을 얹을 예정.
정리가 끝나니 노을이 지고 어느 덧 땅거미가 지고 하루가 저물어간다.
오늘 하루도 참 잘 보냈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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