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2242일째 2021년 8월 9일(월) 애틀랜타/맑음
가끔은, 아주 가끔은
‘내가 허송세월을 하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열심히 책을 읽거나 뭔가 공부를 하는 등
뭔가를 이루기 위한 열심히 살아야하는 데
만나는 사람은 거의 없고 매일 비슷한 일정에
골프하며 놀다 집에 와서는 밥 먹고 쉬다가 TV보고
저녁이 되면 조금은 서두르는 듯 뒷정리를 하곤 잠자리에 드는
별로 남는 게 없는 것 같은 그런 일상이
내 생을 허비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 말이다.
더럭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렇게 살다 죽을 때
‘아, 그 때 그 시절 조금 더 알차게 살 걸!’이라는 후회를 하는 건 아닐지 같은 거 말이다.
그러다간
‘인생이 뭐 그렇지, 지금까지 열심히 살았으니 적당히 놀며 즐기고
크게 아프지 않고 사고 없는 걸 다행으로 알아야지.
조금 더 게을러지면 어때?‘라는 늘어지는 내 일상과 타협하는 걸로 넘기며
살면서도 뭔가 불안한 것 같은, 확실하지 않은 삶을 사는 것도 같은 그런 것 말이다.
이제 힘 떨어지고 눈 잘 보이지 않고, 귀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약해지고 있음을 아는 데도
남들에 뒤처지지 않으려 발버둥 치며 살아왔던 관성이나 습관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나이는 어른이 되었고 그에 맞게 점잔하고 무게 잡으며 살아야하는 데 가끔씩
철부지 같은 생각을 넘어 행동하고 말을 하는 내 자신이 못 마땅해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깊이 생각하다
‘그래, 아플 땐 이것만 안 아프면, 무슨 일이 있을 때, 이 일만 없었더라면...’하는
간절함 같은 게 없고 무탈한 일상에 고맙고 감사한 것 모르고 까분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 맞다.
‘지금처럼 사고 없고, 건강에 더 큰 변동이 없는 게 어디냐? 감사한 마음으로 살자.’는
생각에 이르면 마음이 조금은 편해지고 안도하기도 한다.
다리에 날 파리 한 마리가 달라붙어 간질거리게 하면
‘이 놈의 날 파리, 잡아야 할 텐데....’라며 찰싹 다리를 때리면 이미 날아가고
다리만 따끔하면서 ‘에궁, 욕심이 끝이 없고만.’이라는 자책의 푸념을 하며 벌떡 일어난다.
‘저녁 해야지...’
오늘 사무실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한국을 가기 전 점검했던 A/R을 미루고 있다가 오늘 만들어 Jonas에게 설명을 하고
수금 독려를 하면서 ‘이런 건 왜 스스로 하지 못하나?’하는 생각을 했지만
그래 봐야 내 마음만 답답해지는 것, 그래서 꾹 참고 침착하게 이야기를 마쳤다.
그리곤 Sinks와 Supplies inventory Check를 하곤 H-Mart에 들렸다 집에 도착했다.
한 참 일하고 와서 그런지 배가 고파서 샐러드를 만들어 점심을 먹고는 오후에 쉬었다.
무를 많이 넣은 뭇국을 끓였고 마히마히를 굽고 삶은 배추에 된장을 넣고 무쳤다.
김을 곁들여 저녁을 먹고는 설거지에 이어 멜론과 카모마일로 후식을 즐기곤 편안한 휴식.
그러니까 낮에 공상을 했던 건 할 일을 충분히 하고 난 후 찾아온 공허함에
큰 일이 없다는 다행한 마음을 위로하며 시간을 보냈음이었다.
오늘 하루 이렇게 저문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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