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2244일째 2021년 8월 11일(수) 애틀랜타/맑음, 오후에 흐림
아직은, 이젠
살면서 ‘아직은...’이라는 생각을 너무 많이 했던 것 같다.
‘아직은 내 형편이 안 되니, 나중에........’라던가
‘아직은 덜 되었으니....’라는 것 말이다.
‘아직은’에는 ‘조금만 더...’라는 뜻이 들어있는 거다.
내가 아버지께 가장 아쉬운 게 ‘조금만 더...’라며 잘 해드릴 기회를 미뤘던 거다.
‘여유가 되면 더 잘 해드릴 수 있는데...’라는 것에는 ‘아직은...’이라며 기회를 미루다
어느 날 갑자기 돌아가시고 나서야 가슴을 치며 통곡을 했었다.
해서 어머님께는 미루지 않기로 했고 때론 조금 무리해서라도 어머님을 뵙고는 한다.
내가 혼자가 되기 전까지는 ‘사랑해’라는 말을 한 적이 거의 없다.
애들 엄마는 물론 아이들, 그리고 부모님께도 그런 적이 없었던 건 쑥스러움 때문이었나?
하지만 이젠 잘 한다.
마음이 없는 데 하는 말이 아니라 있던 마음을 표현하게 된 것이다.
하지 않던 아이들이나 며느리는 물론 어머님,
그리고 아해에게까지 어쩌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사랑해’다.
이젠 감추지 않고 마음을 표현하는 걸로...
오늘 골프는 혼자 걸었다.
Tee sheet에 함께할 멤버가 있었는데 나오지 않은 건지 아님 내가 먼저 출발 한 건지...
암튼 혼자 18홀을 걷는 데 무더위와 높은 습도로 땀을 많이 흘려 푹 젖었다.
마치고 집에 도착해선 샐러드로 점심을 먹고는 샤워,
그리고 침대의 이불커버를 벗겨 세탁기에 돌리고 새 것으로 갈아입혔다.
오후로 들수록 하늘이 어두워지며 곧 소나기가 내릴 것처럼 천둥번개가 쳤다.
Love Letter
저녁에 영화를 봤다.
일본영화, [Love Letter]
인터넷을 통해 기사를 보던 중 소개 글이 있어 봐야겠다는 메모만 해놓고 여러 날이 지났는데
오늘 보게 된 이유는 지난 밤 자다 잠시 깼을 때 ‘그리움’이란 게 가슴을 쿵 쳤기 때문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냉장고 옆면에 붙어있는 사진들을 보며 땅이 꺼질 듯한 푸념의 숨을 쉬었다.
참 보고프다.
그런데 말로하면 그 보고픔에게 미안할 것 같아 한처럼 묻어두었다.
말로 다 표현이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영화의 내용은 잘 모른 상황에서 그냥 제목만으로 영화를 시작했다.
어쩌면 미국영화 Love Story같은 게 아닐까하는 긴가민가한 그런 마음으로....
영화의 거의 끈 부분에 눈밭에서 후지산을 바라보며
다른 한 사람은 감기로 아파 병원에 업혀가 깨어나며 하는 말이 이 대사다.
お元気ですか、私は元気です!(오겡키데스카, 와타시와 겡키데스!)
잘 지내나요!!! 저는 잘 지내요!!!
눈물이 났다.
영화가 슬퍼서라기보다는 아침에 묻어두었던 그리움 때문이었다.
‘내 마음엔 여전히 사춘기 소년 같은 게 있구나’라며 그냥 눈물을 쏟아냈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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