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2264일째 2021년 8월 31일(화) 애틀랜타/흐림, 비

송삿갓 2021. 9. 1. 10:29

천일여행 2264일째 2021831() 애틀랜타/흐림,

 

예상했던 대로 오늘 운동은 쉬었다.

허리케인 Ida(아이다)가 루이지애나주를 지나 미시시피에 도착했지만

일반 Storm으로 바뀌어 많이 약해졌단다.

애틀랜타에도 영향권에 들어가 흐리게 아침을 맞이했고 비는 조금 늦은 아침부터 시작되었다.

이른 아침에 비가 내리지 않아 운동가도 되는 것 아닌가?’하는 욕심이 있었지만

그건 잠시 스쳐지나간 희망일 뿐, 이내 접고는 클럽하우스에 전화를 걸어 취소했다.

 

사무실에 잠시 들려 일을 마치고 돌아와선 샤워,

그리고 음악에 커피를 마시며 강해지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

점점 흐려져 어두워져가는 아침의 날씨를 브라우징하는 여유를 부렸다.

샤워를 하면서 말끔하게 면도까지 마치고 스킨로션을 발랐기에 향기가 한가로움에 더해져

흐리고 어두운 날씨임에도 들리는 음악의 결에 마음을 실어 가벼운 춤을 췄다.

 

군데군데 땜빵처럼 맑게 보이던 하늘을 온통 구름으로 가리더니 이내 후드득후드득

빗줄기가 창을 때리기 시작하더니 점점 굵어져 건너편 숲을 보는 시야를 흐리게 한다.

더 자세히 보려는 듯, 아님 여유를 부려보려는 듯

왼손으로 턱을 괴고 바라보다 상념에 빠진다.

가끔이지만 이럴 때 문득 드는 걱정,

이렇게 혼자의 생활에 너무 익숙해져 누구와 함께(당연히 아해) 있으면 당황하는 건 아닌지....

참 마음이 이상한 게 그립고, 보고프고 외로워 하루라도 빨리 같이 잠자리에 들고

함께 아침을 맞이하고 커피를 내려 침대에 배달해주고픈 간절함이 많은 데도

때론 혼자에 너무 익숙해져 그게 좋다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분명한 것은 너무 딱딱한 굳은살이 되어 잘라내기도 힘들게 되는 날이 되기 전

주거니 받거니 하는 그런 생활이 빨리 오기를 손꼽아 기다린다는 거다.

침대에서 눈을 떴을 때 서로의 부스스한 모습에도 잘 잤어?”라며 미소를 보내는 그런 나날,

때론 너무 고단해, 아님 둘이 있는 게 너무 익숙해져 가끔은 미소를 잊는 날이 있다 해도

혹여나 입 냄새가 전해질까 걱정하는 마음에 가능한 코에서 먼 곳의 얼굴에 뽀뽀를 하는

그런 날이 있다고 해도 그간 수 없이 달래며 절여 두었던 그리움을 토해내듯

꼭 안아주며 하루를 시작하는 그런 날이 기다려진다.

 

오후 들어서도 비가 많이 내릴 거라는 예보와는 다르게 강한 바람만 불다가

저녁이 되면서 간간이 많은 비까지 내려 허리케인이 지나가고 있음을 실감했다.

 

그런 와중에도 몸이 너무 고단해 오후에도 한 바탕 잠을 자고 나서야 많이 회복,

저녁을 먹은 후 쉬는 데 거의 정상처럼 느껴졌다.

잠자리에 들 무렵 강한 바람 때문에 창이 흔들리는 듯한 소리가 들렸는데

아마도 밤새 그럴 것으로 예상하며 오늘을 마무리한다.

내일도 운동 못하려나?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