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메의 컬럼과 글

5월의 산책

송삿갓 2023. 5. 29. 16:25

5월의 산책

 

이틀 연이어 줄기차게 내리던 비가 그친 오늘

엄마와 산책길에 나섰다

엄마는 노인보행기에 의지하고

나는 그 뒤를 어슬렁거리며 따랐다

이렇게 느린 엄마랑 걸으려니 답답하지?”

아니요. 괜찮아요. 충분히 좋아요

 

지난겨울 눈 덮여 하얗게 꽁꽁 얼었던 들녘에는

모내기를 마쳐 잔바람에 부르르 떨며 존재를 알리고

길가에는 들꽃이 가을의 코스모스처럼 피어 반긴다

 

참새 닮은 작은 새들이 스타카토로 노래를 지저귀고

뭘 찾았는지 쏜살같이 지나는 까치소리에

멀리서 메아리치듯 들리는 뻐꾸기장단이 산책의 배경음악

 

들길 걷는 엄마의

웃자란 쑥에 씀바귀

돼지감자를 가리키며

중얼거리듯 하는 온갖 참견은 산책길이 하모니

 

밭에 심은 고추에 감자,

그리고 고구마와 씨받이용 유채꽃이

오월 산책의 길동무다

 

뒤뚱뒤뚱 걷는 엄마를 뒤따르며

내년에도 걷기를 간절함 담아 하늘을 본다

정말 그랬으면 참 좋겠다

 

-강화에서-

 

May 2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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