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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농담 -박완서

아주 오래된 농담 -박완서 “그럼 저절로 죽었단 말이지.”“저절로 죽긴 어떻게 저절로 죽냐. 자살을 한 거지.”“자살? 나무가 말야?”“그래 그 나무는 나를 좋아했으니까. 나를 좋아하지 않음 내 창가에 어떻게 그런 예쁜 꽃을 피울 수가 있겠어. 우리 집 능소화처럼 화려하게 피는 능소화를 난 어디서고 본 적이 없어.”“그래도 그렇지 나무가 어떻게 자살을 하냐?”“얘 좀 봐. 왜 못해. 나무는 자살할 수 없다고 누가 그래? 나무 우습게 보지 말아 너. 나무도 사랑을 잃으면 자살할 수도 있다는 걸 우리 집 능소화가 확실하게 보여줬잖아? 그래도 못 믿겠어?” -본문 ‘일탈의 예감’ 중에서- 이 이야기의 시작은 화자인 영빈, 그의 친구 한광, 그리고 두 사람에게 30여년 넘게 연민을 안겨준 현금 등 세 사람은 초..

책을 읽고 2024.10.20

친절한 복희씨 -박완서-

친절한 복희씨 -박완서- 이 책은 [그리움을 위하여]로부터 시작해 [그래도 해피 엔드]라는 9개의 단편소설이 있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나도 사는 일에 어지간히 진력이 난 것 같다. 그러나 이짓이라도 안 하면 이 지루한 일상을 어찌 견디랴. 웃을 일이 없어서 내가 나를 웃기려고 쓴 것들이 대부분이다. 나를 위로해준 것들이 독자들에게도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는 글을 썼다. 저자의 글대로 읽으면서 웃었고 고개를 주억거린 부분도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글에서는 공감을 하면서도 가슴을 찌르는 듯한 마음의 상처를 건드린 곳이 많았다. 이 책의 해설 [험한 세상, 그리움으로 돌아가기]을 쓴 김병익은 “노년문학”이라는 표현을 썼다. 가슴이 쓰렸던 건 나도 노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생각이 된다. “..

책을 읽고 2024.10.06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박완서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박완서 이 책에는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라는 장편 외에도 저자가 세태소설이라고 한 장편 [서울사람들], 그리고 단편 [저문 날의 삽화(2)] 등 세 편의 소설이 있다. 저자 박완서는 책 뒤에 이렇게 썼다.이건 대단한 이야기도 아닙니다. 한 평범한 여자가 꿈에서 깨어나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아직도 꿈을 못 버린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끊임없이 꿈으로부터 배반당하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꿈을 창출해내는 게 어찌 여자들만의 일이겠습니까. 인간의 운명이지요. -책 뒤에, 에서- 이렇듯 여자의 이야기인데 ‘여자들만의 일이겠습니까. 인간의 운명이지요.’라고 쓴 이유는 아마도 여자도 남자와 동등한 여자이기를 바라는 강력한 주장의 소설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건 단순한 내 생각..

책을 읽고 2024.09.28

호미(산문집) - 박완서

호미(산문집) - 박완서 매일 천일여행기를 써서 그런지 아님 세상을 살면서 완숙해져 그런지 어떤 날은 한 단어를 떠올린 것만으로도 그 단어를 제목 삼아 혹은 글의 핵심으로 앉아 타이핑을 하면 한 페이지 정도는 너끈히 글이 쓰여 질 때가 있다. 그렇게 쓰여 진 글이 내 마음에 잘 표현되었다며 꼭 들어 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때로는 ‘이건 아니다. 뭐 이런 글을...’하고 씁쓸할 때도 있다. 억지로 ‘글을 써야지’하는 것 보다 편안하고 경륜이 있는 것 같아 ‘어 너 제법이야.’라고 하는 글을 모으면 그게 산문 아닐까? '해가 바뀐다든가 몸이 곤곤할 때면 머릿속으로 이것만은 지켜야지, 이것만은 하지 말아야지 심각하게 다짐을 하는 버릇이 있다. 방학하는 날 계획표 같은걸 벽에 써붙여 놓아야 안심하고 씩씩하게 나..

책을 읽고 2024.09.20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박완서(소설로 그린 자화상2·성년의 나날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박완서(소설로 그린 자화상2·성년의 나날들) 밭머리나 논두렁이나 가리지 않고 냉이가 질펀하게 돋아나고 있었다. 가끔 시골 처녀의 머리채처럼 나스스르하고도 청청하게 돋아난 달래가 눈에 뛸 적도 있었다. 박완서의 소설을 읽다보면 ‘어떻게 글로 이런 표현을 하지?’라는 감탄을 하는 경우가 너무도 많은 데 화자가 북으로 피난(?)을 가던 중 냉이를 보고 표현한 글이다. 이런 글을 보면서 어찌 감탄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오빠가 인민군으로 끌려갔다가 총알을 맞고 치료하다 죽는 과정과 저자가 가장으로서 미군부대 PX에서 일을 하게 된 이야기, 그리고 먼 친척과의 연애감정을 가지고 만나던(그 남자네 집과 오버랩이 된다.) 이야기, 그리고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20대를 그린 책이다. 오빠는..

책을 읽고 2024.09.13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박완서(소설로 그린 자화상·유년기의 기억)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박완서(소설로 그린 자화상·유년기의 기억) 예전 한동안은 책을 사면 안표지에 언제 어디서를 쓰고는 했는데 이 책은 '2002 Aug at LA'라고 적혀있다. 한국을 떠나 미국에 도착 3년이 조금 더 지날 즈음이었으니 내가 정신적, 경제적 가장 힘들어할 시점이다. 속을 토해내고픈 갈망에 출장을 핑계로 LA로 탈출해 1주일여를 보낸 일탈의 때고, 사람들을 피해 숨다시피 지내며 'LA 사랑의 교회'가서 목 놓아 울었을 게다. 책을 사서 분명 읽었을 텐데 내용 중 절반도 기억이 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힘든 시기에 읽어 그랬든가 아님 나이가 들어 잊혀 졌을 수도 있다. 책 표지의 저자 박완서 바로 뒤에 ‘소설로 그린 자화상·유년의 기억’이라고 되어 있고 처음 작가의 말에 ‘이런..

책을 읽고 2024.09.06

그 남자네 집-박완서

그 남자네 집-박완서 어머님의 친정인 충청남도 연기군 전동면 달전1리(윗다락골)에서 국민학교에 입학 2학년을 마치기기도 전에 서울로 이사를 했다. 10대 초반까지 엄청 나게 많이 다니던 이사 중의 하나였지만 이사과정이 나름 많이 생각나던 처음의 때였다. 암튼 이사를 해서 당시에 서울특별시 성동구(나중에 송파구로 바뀌었나?) 오금동으로 이사를 했고 어머님의 큰이모집에 얹혀살다가 화장실도 없는 6평짜리 집을 마련해 이사를 한 게 내 기억으로 아버지 명의로 가진 첫 집이었다. 그곳에서 송파에 있는 서울중대국민학교 3학년으로 전학을 했다. 그 집에서 2년 반 정도를 살았던 것 같은데 그 동네에서 버스가 다니는 큰 길로 나가는 오른쪽 언덕에 ‘상이군인’마을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상이군인이라는 뜻은 몰랐고 6.2..

책을 읽고 2024.08.25

기나긴 하루-박완서 소설

기나긴 하루-박완서 소설 최근에 두 권의 책을 연달아 읽었다. 모두 박완서의 소설집인데 한 권은 [엄마의 말뚝]이고 다른 한 권이 [기나긴 하루]다. 하지만 두 책을 읽은 곳은 너무 멀리 떨어진 곳이다. [엄마의 말뚝]은 지난 7월 말 한국에서 읽었고 [기나긴 하루]는 미국 애틀란타에서 읽었다. [엄마의 말뚝]을 읽은 건 공교롭게도 유행에 거스르지 않으려는 듯 코로나가 걸려 인천 송도에서 자체 격리를 하며, 그리고 그 코로나를 몸에 담고 미국에 와서 나아가며 읽은 책이 [기나긴 하루]다. 두 권에 책에는 같은 단편이 실리기도 했는데 두 번째는 박완서 작가가 세상을 떠나고 1년 뒤인 2012년에 발행한 소설집이니 좋은 단편을 모았으리라 생각하기에 같은 글이 있는 것에 거부감이나 이질감 없이 또 읽었다. 물..

책을 읽고 2024.08.17

지금 먹는 음식에 엉터리 과학이 숨겨져 있습니다-팀 스펙터

지금 먹는 음식에 엉터리 과학이 숨겨져 있습니다-팀 스펙터 저자는 이 책을 쓴 이유에 대해 이렇게 주장했다. ‘음식은 가장 좋은 약이다. 동시에 가장 복잡한 약이기도 하다. 이제 대기업, 공무원, 블로거, 연예인에게 식품이라는 중요한 부분을 맡겨서는 안 된다. 더 많은 것을 배우자. 교육이 가장 큰 희망이다. 아이에게 걷고 읽고 쓰는 법을 가르치듯이, 진짜 음식과 가짜 음식을 구분하는 법도 알려줘야 한다.’ 언젠가 책을 읽고 후기를 쓸 때 한 번 썼던 내용인데 ‘예전에 내 주변의 한 사람 왈, 사람은 우유를 먹어서는 안 된다. 우유는 소의 젖이기 때문에 소가 먹어야 하는 거고 사람한테는 맞지 않는 음식이다.’라고는 ‘대신 솔잎에서 추출한 솔잎엑기스를 먹으면 우유에서 채울 수 있는 영양소를 다 채울 수 있..

책을 읽고 2024.02.29

양자역학 이야기 - 팀 제임스 지음, 김주희 옮김

양자역학 이야기 - 팀 제임스 지음, 김주희 옮김 미국사람들이 인정하는 똑똑한 미국인이자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파인만은 양자역학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양자역학이 무엇인지 이해했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나는 왜 양자역학에 대한 책을 찾았을까? 그리고 왜 이 책 [양자역학 이야기]를 구입해서 읽었을까? 한 때는 공학도였고(비록 40년도 넘은 이야기지만), 물리를 엄청 좋아했고(이건 더 오래된 이야기, 중고등학교 때, 그럼 대학 때는 아니었나? 물론 그 때도 좋아했지만 학교공부가 너무 힘들었기에 반 수 접는다.), [양자역학]에 이어 [양자컴퓨터]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데 나만 모르는 것 같아서였다. 책을 읽으면서 세상에서 가장 쉽게 [양자역학]을 ..

책을 읽고 2024.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