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메의 컬럼과 글

고즈넉이

송삿갓 2022. 5. 18. 15:29

사하라 한 복판에
엄마 뱃속처럼
돌산으로 감쌓였고
반도 안 찬 달이
세상의 정월달보다 밝았고
함박눈처럼 별이 쏟아졌다

사람이 만든 빛과
소리가
한 번도 없었듯 한
고요와 맑음

옆에 자는 이의
숨소리가
사랑이 아니었더라면
시끄러웠을
그 날, 그 곳

여기가 그렇다
흐르는 눈물이 소리 날까
꾹꾹 눌러 참아야 하고
숨소리조차
조심스러운
오늘, 이곳

바람에 춤추는
나뭇잎 소리는
쇼팽의 녹턴 같고
어쩌다
지나가는 이들의 발걸음 또한
자연의 소리같다

고즈넉한
여기, 이렇게 있음에
참, 참, 참
행복하다

May 18 2022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서

'그리메의 컬럼과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참는 눈물  (0) 2022.05.22
여행길  (0) 2022.05.22
꼭 그래야만 했던 것처럼  (0) 2022.04.10
나에게 더 이상 그러함이 없기를  (0) 2022.04.03
28도의 그늘 아래서  (0) 2021.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