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의 추억

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송삿갓 2010. 11. 16. 00:40

밤 사이 지독하게 괴롭히는 두통에

진통제를 먹으러 1층으로 내려갈까 하는 고민을 하면서도

그냥 참아보자는 심산에 잠을 청하지만

잠 속에서도 두통이 괴롭힌다.

그러함 속에 들려오는 빗소리가 잠을 설치게 하면서

“비 참 많이 온다”는 푸념 섞인 생각이 떠나지 않는 것을 보면

두통이 괴롭고 잠에 들고 싶으면서도 귀는 멀쩡한 것 같다.

 

그렇게 두통과 빗소리 잠이 뒤 엉켰으면서도

여느 날과 똑같이 이른 아침을 맞이한다.

주섬주섬 옷을 손에 들고 화장실로 향한다.

밤사이 나갈 준비를 한 소변과 배속에 찬 방귀를 품어내기 위한 일과의 첫 행사다.

아직 밝지 않은 구름이 잔뜩낀 하늘이 화장실 창을 통해 보인다.

밤새 비가 와서 땅이 축축 하겠지 하는 생각과 함께

나도 모르게 노래가 흥얼 거려진다.

 

“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난 당신을 생각해요”

그 다음이 뭐지?

 

가사는 생각나지 않고 음만 흥얼거려진다.

시원하게 방뇨와 방귀를 하고 1층에 내려오는데

나를 기다리는 개들이 아침인사의 신호를 보낸다.

그러는 와중에도 마음속에서는 같은 노래가 흥얼거려지며

가사를 떠 올리려 해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개들을 데리고 걸으며 아침운동을 하면서

그리고 출근 준비를 하면서도

회사를 향하는 차를 운전하면서도 같은 노래에

첫 구절의 가사와 기억나지 않는 가사를 흥얼거림은 멈추지 않는다.

 

출근길 양쪽에 우거져 있는 나무들이

아직도 환하게 밝지 않음에도 붉게 물든 자태를 확인할 수 있다.

“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난 당신을 생각해요”

누구를 생각하는 것일까?

생각은 점점 먼 길의 과거 속으로 빠르게 빠져든다.

 

아내와 함께한 30여년이 스치듯 지나고

광풍의 고교시절을 지나 중학시절에 멈춘다.

문을 들어서면 평평한 운동장을 가로질러 정면에 보이던 중학교 교정 거기서 딱 멈춘다.

몸이 경직되는 것 같이 생각이 멈춰

그냥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처럼 되어 버린다.

그 이상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고 고정된 상태로 회사에 도착을 하였다.

 

의자에 몸을 깊숙이 묻고 눈을 감아 고정된 마음을 음미하듯 더듬는데

갑자기 하늘이 뚫어 진듯이 폭우가 쏟아지면서

고정된 마음이 깨어지고 다시 음악이 흥얼거려지면서

개미의 더듬이 같이 손을 움직여 노래를 찾는다.

 

찾았다.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

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난 당신을 생각해요

당신이 떠나시던 그 밤에 이렇게 비가 왔어요

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난 당신을 생각해요

당신이 떠나시던 그 밤에 이렇게 비가 왔어요

난 오늘도 이 비를 맞으며 하루를 그냥 보내요

오 아름다운 음악같은 우리의 사랑의 이야기들은

흐르는 비처럼 너무 아프기 때문이죠 오

난 오늘도 이 비를 맞으며 하루를 그냥 보내요

오 아름다운 음악같은 우리의 사랑의 이야기들은

흐르는 비처럼 너무 아프기 때문이죠

오 그렇게 아픈 비가 왔어요 오~ 오 오

 

가사를 음미하는데 이별 노래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래도 좋다.

내가 출근해서 찾는 카페를 방문했다가

반가운 동창들의 산행후기와 사진을 본다.

몸은 함께하지 못했지만 산행의 후기만으로도

마음이 동행하는 듯 산행의 거친 숨소리, 왁짝지걸한 수다도 들린다.

 

모델 같은 세련된 복장에 예쁜 모습

환한 미소와 절로 느껴지는 다정함

알록달록한 단풍과 어우러진 행복함

50을 넘긴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내품는 활력

“아직도”라는 것을 보여주는 얼굴의 땀방울

세월이 흘렀음에도 알듯 말듯 남아있는 옛 모습

마음을 벅차오르게 하는 사진을 보면서 느껴진 한 마디

“부럽다”

 

음악이 계속 흐른다.

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난 당신을 생각해요~~

'학창시절의 추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충성  (0) 2016.04.16
My Way 친구에게...  (0) 2010.11.02
우리들의 선생님  (0) 2010.10.28
중학생활의 추억-장난꾸러기  (0) 2010.10.05
도시락  (0) 2010.09.21